<배려에서 시작하는 법감수성>

법무법인 온세상 신혜원 변호사

취업준비생인 미연씨는 오늘 아침 경찰서로부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었으니 피의자 조사를 위해 출석하라는 전화를 받았다. 협조하지 않으면 바로 검찰에 송치될 수 있다는 말과 함께였다. 2주 전에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해 한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신용조회 및 앞으로의 사무처리를 위해 통장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통장을 건네준 일이 화근이었다. 당시에는 취업이 될 수도 있다는 설렘과 빈 통장을 주는 것일 뿐인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별 고민 없이 한 일이었는데, 그 통장이 대포통장으로 범죄에 사용되었고 미연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을 위반한 피의자가 된 것이다.

나이가 지긋한 박사장은 사무실에서 ‘열심히 하라’며 어린 여직원의 엉덩이를 손으로 두 번 가볍게 쳤고, 강제추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전과자가 되었다. 박사장은 ‘할아버지가 손녀딸 대하는 마음으로 격려의 차원에서 한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며 추행의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순간적인 행위에 불과하더라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여진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성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여성의 엉덩이를 손으로 건드림으로써 객관적으로도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켰다고 봄이 상당하며, 강제추행죄에서 말하는 ‘추행’은 반드시 성욕을 만족시킬 목적이나 주관적인 동기를 요건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로 박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준호씨는 처음 산 자신의 차량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는 일에 한껏 빠져있을 무렵, 부주의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할머니를 차로 치어 숨지게 하였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기소되어 현재 구속수사 중이다.

법 중에서도 형법은 인간의 공동생활에 있어서 불가결한 가치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회의 행위규범으로 기능하며 그것을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이 우리 삶의 아주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것 같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기본적인 상식의 수준을 넘어서는 법규범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미연씨, 박사장, 준호씨처럼 하루아침에 범죄자가 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우리는 미리 ‘법감수성’을 키우고 행동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법감수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소에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신문이나 뉴스를 챙겨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행동 하나하나를 하는 데 있어서 나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요즘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 곳곳에서 ‘배려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법감수성이라는 개념도 결국에는 배려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예수는 “네 이웃이 네게 해 주기를 바라는 대로 네 이웃에게 해 주어라.”라고 하였고, 공자도 “남을 배려하여 내가 싫은 일은 남에게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평생 기억해야 할 덕목이다.” 라고 하였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역지사지’라는 사자성어에도 배려의 중요성이 담겨있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인만큼 서로서로 배려하는 가운데 법제도에도 더욱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법 안에서 모두가 안전하고 질서 있는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 자신과 나의 가족, 그리고 친구들이 법감수성을 키워 하루하루 무탈하게 행복한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